죽은 뒤에도 광고 대상이 되는가
사람이 사망하면 모든 시간의 흐름도 끝난 것일까? 사실 디지털 공간 속에서 사망자의 시간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 사망자는 더 이상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지만, 그들의 디지털 흔적은 여전히 플랫폼 알고리즘 안에 살아 있고 온라인 쇼핑 기록, 위치 정보, 영상 시청 이력 등은 사망 이후에도 데이터베이스에 남아 자동 추천 시스템과 광고 타깃 설정에 반영된다. 이 글에서는 사망자의 데이터가 광고에 활용되는 방식과 관련 플랫폼 정책, 개인정보보호법과의 관계, 그리고 윤리적 논란까지 폭넓게 분석하며, 디지털 사후 관리에 필요한 방향을 제시한다.
데이터는 죽지 않는다: 디지털 흔적의 지속
앞서 이야기했듯이 누군가 세상을 떠났다고 해서 그 사람의 디지털 존재가 곧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온라인상에는 수년 전 사망한 사람의 SNS 계정이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그들의 검색 이력과 쇼핑 내역, 영상 시청 기록 등이 플랫폼 내부에 남아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사망자의 데이터’가 각종 알고리즘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구글 광고 플랫폼 등은 사용자 활동을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콘텐츠와 광고를 노출시키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사용자가 사망하더라도 자동으로 멈추지 않는다. 고인의 계정이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 그 계정을 기준으로 계속해서 추천 알고리즘이 작동하고, 광고 타깃팅 리스트에도 이름이 남는다. 심지어 광고주는 사망자의 이메일이나 소셜 미디어 ID를 기반으로 캠페인을 집행한 후, 실제로 그 계정에 반응이 없거나 열람되지 않는 경우에도 해당 정보를 삭제하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는 고인이 아닌, 유족이나 지인이 그 계정을 대신 사용하거나 열람할 경우, 사망자에게 맞춘 광고가 엉뚱한 사람에게 노출되면서 더욱 복잡해진다. 사망자의 데이터가 여전히 플랫폼 내에서 활용되는 현실은 단순한 기술적 오류가 아니라, ‘죽음 이후에도 사용자의 데이터가 누구에게 속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과연 우리는 사망자의 정보를 계속해서 분석하고 활용해도 괜찮은가? 또 이 데이터를 관리하고 정리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 있을까? 지금부터 우리는 이 민감한 문제를 법적, 기술적, 윤리적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망자도 광고 타깃이 된다: 시스템의 구조
오늘날 대부분의 온라인 광고 플랫폼은 '행동 기반 광고(Behavioral Targeting)'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이는 사용자의 검색 이력, 클릭 패턴, 위치 정보, 쇼핑 내역, 콘텐츠 소비 시간 등을 종합 분석해 가장 적절한 광고를 노출하는 방식이다. 사용자는 일반적으로 이 과정에 개입할 수 없으며, 자동화된 알고리즘에 의해 실시간으로 타깃이 설정된다. 문제는 이 시스템이 ‘사망자’라는 변수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고인이 건강보조식품, 재테크, 여행상품과 같은 생전에 자주 검색하던 키워드 등을 기반으로 한 광고가 여전히 노출되며, 그 계정이 누구에 의해 열람되고 있든 상관없이 해당 타깃팅은 유지된다. 특히 스마트폰에 로그인된 구글 계정이 사망 후에도 해지되지 않고 남아 있는 경우, 그 기기는 계속해서 광고 식별자(IDFA, GAID 등)를 통해 광고 데이터를 수신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고인의 사망 사실을 플랫폼이 인지하지 못하면, 광고주는 의도치 않게 사망자에게 광고를 노출시키는 셈이 된다.
또한 사망자의 데이터는 ‘맞춤형 이메일 광고’에도 영향을 미친다. 뉴스레터, 구매 유도 메일, 할인 쿠폰 등은 계정 상태와 무관하게 자동 발송된다. 이런 경우 유족이 이메일을 열어보거나, 사망자의 이름으로 도착한 광고성 메일을 확인하며 큰 불쾌감을 느끼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특히 메타(페이스북, 인스타그램)는 고인의 계정이 ‘추모 계정’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생존 사용자와 동일한 방식으로 데이터가 처리되기 때문에, 광고 시스템 내에서 필터링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플랫폼은 왜 사망자의 데이터를 지우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대부분의 플랫폼은 사망자를 직접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기술적 수단이 없다. 계정이 일정 기간 비활성화되어도, 단순한 휴면 사용자로 분류된다. 둘째, 사망자 계정은 상속 대상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명확한 요청이 없이는 데이터를 삭제하거나 비활성화하지 않는다. 결국 시스템 내부에서 ‘죽은 사람’은 ‘단지 오래 로그인하지 않은 사용자’로 취급되는 셈이다.
디지털 애프터라이프, 이제는 법과 윤리의 문제
죽은 사람을 광고 대상으로 삼는 일이 현실이라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시스템의 오류가 아니라, 현행 디지털 환경이 죽음을 제대로 인식하고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결국 우리는 이 문제를 단순한 기술 개선이 아니라, 법과 윤리의 관점에서 재설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선, 법제도적 측면에서는 ‘디지털 사망자 정보 관리법’의 제정이 시급하다. 사망자의 개인정보가 어떻게 관리되어야 하며, 어떤 기준으로 광고나 데이터 분석에서 배제되어야 하는지를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대부분의 개인정보보호법은 살아 있는 사람의 정보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사망자의 데이터는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따라서 디지털 사망자의 정보가 상속, 삭제, 비공개 전환 등 다양한 형태로 처리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플랫폼의 자율적인 기술 도입이 필요하다. 생전 설정을 통해 사용자가 사망 시 계정을 자동으로 폐쇄하거나, ‘비활성화 후 일정 기간 경과 시 사망 추정’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등의 장치가 가능하다. 구글은 ‘비활성 계정 관리자’ 기능을 통해 이러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만, 보다 적극적인 권고와 기능 확장이 필요하다.
윤리적 차원에서는 유족의 정서적 피해를 고려한 배려가 필요하다. 사망자의 이름으로 광고가 도착하거나, 생전 습관을 반영한 상품이 제안되는 상황은 상실감과 결합되면 감정적 충격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플랫폼은 단순한 ‘광고 대상’이 아닌, 인간 존재로서의 고인을 존중하는 문화적 태도를 함께 갖춰야 한다.
결국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 시대에 죽음이란 물리적 사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계정, 데이터, 기록은 고인의 또 다른 모습이며, 그 데이터가 살아 있다는 것은 고인의 흔적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 흔적이 아무 필터 없이 상업적 활용의 대상이 될 때, 우리는 죽음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의도한 것은 아닐지라도 인간의 죽음이 잊히는 것이 아닌, 상업적으로 팔리고 이용 대상이 되는 시대인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존중이고 이를 위해 법과 윤리의 개선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