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SNS 계정, 유산인가 삭제 대상인가
사망 이후에도 SNS 계정은 인터넷 공간에 남아 고인을 기억하는 흔적이 되거나, 때로는 유족에게 감정적 충격을 주는 존재로 남는다. 플랫폼마다 처리 방식이 다르고, 법적 기준도 모호한 현실에서 SNS 계정은 단순한 데이터가 아닌 '디지털 유산'으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SNS 계정을 삭제할 것인지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법적 쟁점과 함께, 디지털 유산으로서의 SNS가 가지는 의미와 바람직한 관리 방식을 심층적으로 탐구한다.
고인이 남긴 디지털 흔적,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누군가의 죽음 이후에도 그 사람의 존재는 SNS 속에서 여전히 살아 있는 듯한 모습을 띤다. 인스타그램에는 생전의 사진이 그대로 남아 있고, 페이스북에는 생일 알림이 계속해서 울린다. 알고리즘은 그를 추억하라며 과거 게시물을 리마인드하고, 고인을 태그한 게시물이 누군가의 피드에 다시 떠오른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유족이나 친구들에게 위로가 되기도, 때로는 아물지 않은 상처를 다시 건드리는 불편한 경험이 되기도 한다. SNS 계정은 이제 단순한 온라인 공간이 아니다. 그곳에는 고인의 감정, 관계, 기억이 집약돼 있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고인의 계정을 디지털 유산으로 보고 보존하길 원하며, 일부는 슬픔을 잊기 위해 삭제하길 택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플랫폼의 정책은 각기 다르고, 고인의 의사나 유족의 권한에 따라 접근 권한조차 애매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구글이나 메타(페이스북)의 경우 사망자의 계정에 대한 별도의 설정 기능이나 삭제 요청 절차가 존재하지만, 해당 정보가 생전에 설정되어 있지 않다면 유족은 법적 증명 없이 계정을 통제할 수 없다. 일부 서비스는 아예 별도의 절차를 요구하지 않거나, 오히려 명확한 지침이 없어 시간이 지난 후에도 계정이 방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고인의 SNS 계정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삭제는 정당한 정리일까, 아니면 기억을 지우는 행위일까. 또는 유지하는 것이 진정한 추모일까. 이 글은 디지털 유산으로서 SNS 계정을 바라보며, 그에 대한 윤리적, 법적, 감정적 기준을 짚어보는 데 목적이 있다.
SNS 계정의 현주소: 기억인가, 방치인가
사망자의 SNS 계정이 가지는 의미는 시대와 문화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계정 삭제가 일종의 ‘정리’ 행위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그것이 하나의 ‘기억 공간’으로 인식되며, 삭제보다는 보존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는 SNS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인간관계를 이어왔기 때문에, 그 계정 자체가 하나의 디지털 생애사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주요 SNS 플랫폼은 사망자의 계정을 ‘기념 계정’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기념 계정으로 전환되면 새로운 게시물은 불가능하지만 기존 콘텐츠는 남기되, ‘고인’임을 명시함으로써 주변 사용자에게 혼란을 줄이려는 장치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이 있는지도 모르고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유족 입장에서도 별도 신청 절차가 번거롭거나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경우도 있다. 한편, 계정을 방치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도 적지 않다. 악의적인 해킹이나 스팸 게시물, 사망자의 정보를 활용한 사기 등은 계정이 살아 있을 때보다 사망 후에 더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일부 전문가는 SNS 계정을 ‘디지털 위험 자산’으로 보고, 생전부터 관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SNS 계정을 유산처럼 관리하고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고인이 생전에 남긴 글이나 사진은 그 사람의 세계관, 가치관, 감정을 반영하는 디지털 기록이며, 유족과 지인에게는 소중한 회상이 될 수 있다. 일부 가족은 고인의 계정을 가보처럼 간직하며, 생일이나 기일에 그 공간을 방문해 메시지를 남기는 방식으로 기억을 공유한다. 이는 전통적인 제례 문화와 결합해 디지털 추모의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결국 문제는 이 계정의 존재가 유족에게 어떤 감정적 작용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위로가 된다면 유지해야 할 것이고, 고통이라면 삭제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단, 그 결정이 감정적 충동이 아닌, 정보에 기반한 숙고의 결과여야 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유산으로서의 SNS,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SNS 계정은 이제 단순한 개인 기록을 넘어 ‘디지털 유산’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고인의 유품처럼 그 계정을 존중하고, 그 정보에 대한 권리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법적 시스템은 이러한 디지털 유산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첫 번째 문제는 법적 소유권이다. 대부분의 플랫폼은 이용 약관을 통해 계정의 소유권을 서비스 제공자에게 두고 있다. 이는 고인이 사망한 이후에도 계정의 접근권이나 삭제권이 유족에게 자동으로 넘어가지 않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유족이 고인의 계정을 통제하려면 별도의 법적 절차나 서비스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으며, 이는 종종 큰 심리적 부담이 된다. 두 번째는 사전 계획의 부재다. 많은 사람들은 죽음 이후 자신의 계정이 어떻게 처리될지를 고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마치 유언장이나 장기기증 서약처럼, 디지털 유산에 대한 사전 의사 표현이 필요하다. 실제로 구글은 ‘Inactive Account Manager’ 기능을 통해 사용자가 사망했을 경우 계정을 어떻게 처리할지 미리 설정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러한 기능이 표준화되어야 한다. 세 번째는 사회적 인식의 부족이다. SNS 계정의 삭제나 유지 여부에 대해 유족이 충분한 정보를 갖고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 자료와 안내 시스템이 필요하며, 국가 차원의 법적 기준도 정비되어야 한다. 더불어 디지털 장례식, 온라인 추모관 등과 연계되어 계정이 ‘기억의 공간’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감정적 설계도 필요하다. 앞으로 우리는 더 많은 디지털 흔적을 남기게 될 것이고, 그 흔적은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삶의 기록이 될 것이다. SNS 계정은 그 사람의 삶을 간직한 공간이다. 유산이란 단지 물리적 재산이 아닌, 기억과 감정도 포함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디지털 유산으로서의 SNS 계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를 지금부터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