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육

'고기 없는 관광지’는 성공할 수 있을까? 지역 특화 대체육의 가능성과 한계

scino 2025. 7. 20. 07:19

과거에는 일을 통해 자산을 늘리는 것이 삶의 중심 목표였다면, 요즘은 일과 일상의 균형을 찾고, 그 안에서 여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휴가철에만 짧게 여행을 떠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여행을 일상 속에 자연스럽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제 여행자들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서,그 지역의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고유한 문화와 삶의 방식을 경험하길 원한다.

 

이 과정에서 음식은 가장 중요한 접점 중 하나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관광지는 방문객 수요를 맞추기 위해 수입 육류나 대량 공산품 식재료에 의존하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으며, 이는 지역 고유성의 약화와 환경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대안이 바로 지역 특화 대체육 개발 전략이다. 지역의 농산물, 발효 기술, 식문화 유산 등을 바탕으로 대체육을 만들고, 이를 관광 콘텐츠로 확장하는 방식은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지역 경제를 살리는 혁신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지속 가능 관광이라는 흐름 속에서 왜 지역 맞춤형 대체육이 주목받는지, 어떤 방식으로 현실화될 수 있는지를 다각도로 살펴본다.

 

지역 농산물과 발효 식재료로 만든 식물성 대체육 버거와 관광 체험 메뉴

관광지 식문화의 위기: 현지성보다 효율이 우선되는 구조

지역마다 특화된 특산물들이 하나씩 거론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다. 이 때 관광지가 식문화로 주목을 받기 위해서는 신선함과 차별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대량 유입되는 관광객을 감당하기 위해 대형 유통업체를 통한 수입 식재료, 표준화된 조리 방식, 시간당 처리 가능한 인력 구조에 의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구조는 결국 지역 고유의 식재료가 설 자리를 잃게 하고, 로컬푸드라는 말이 이름만 남은 마케팅 문구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더욱이 동물성 식품을 다량 소비하는 구조는 탄소 배출량을 늘리고, 쓰레기 처리나 물 소비 등 환경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즉, 지금의 관광지 음식 시스템은 효율과 수익성은 추구할 수 있지만, 지속 가능성과 지역 정체성 면에서는 점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채식 트렌드와 비건 관광의 부상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비건 관광(Vegan Tourism)이라는 개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건강과 윤리, 환경을 고려한 여행을 추구하는 이들은 단순히 고기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성과 지속 가능성까지 고려한 ‘식사의 경험’을 원한다. 실제로 유럽과 북미에서는 도시별로 채식 친화 관광 가이드가 운영되고 있고, 아시아에서도 방콕, 도쿄, 타이베이 같은 도시들이 비건 레스토랑 인증제를 운영하면서 새로운 관광 수요를 이끌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대체육은 육류와 비슷한 만족감을 제공하면서도 윤리적, 환경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중요한 연결 고리가 된다. 특히 식물성 기반 대체육은 지방, 항생제, 동물성 부산물이 없고, 생산 과정에서도 탄소 배출이 낮아 지속 가능성을 설명하기에 매우 좋은 수단이다.

 

지역 특화형 대체육이 가능한 구조

대체육이라고 해서 모두 대기업 공장에서만 생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최근 기술 발전 덕분에 소규모 가공 시설에서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맞춤형 대체육 생산이 가능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감자, 두부, 버섯, 된장, 해조류 등 지역에서 많이 나는 재료를 식물성 단백질과 조합해 질감과 맛을 고기와 유사하게 구현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여기에 발효, 훈연, 천연 향신료 조합 같은 지역 고유의 조리법과 풍미 요소가 더해진다면, 전혀 새로운 형태의 지역 대체육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 방식은 단순히 먹는 데 그치지 않고, 관광객이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 콘텐츠, 지역 레스토랑의 시그니처 메뉴, 기념품으로 판매되는 건조형 대체육 상품 등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다. 지역성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잡는 전략인 셈이다.

 

실제 적용 사례와 가능성

이미 몇몇 지역에서는 이러한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귤 껍질 분말, 메밀, 톳 같은 지역 원재료를 활용해 식물성 육포와 패티를 개발하고 있고, 강원도는 감자, 들깨를 활용한 대체육 시제품을 푸드스타트업과 함께 실험 중이다. 해외의 경우, 스위스의 알프스 마을에서는 산양 치즈가 어려워진 환경 문제를 계기로 버섯과 견과류 기반 대체육으로 ‘알프스 비건버거’를 개발해 지역 레스토랑에서 고정 메뉴로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소비자 반응이 긍정적이고, 외국인 관광객의 SNS 확산 효과도 크기 때문에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크다. 특히 ESG 관광, 탄소중립 여행, 친환경 먹거리 트렌드가 강화되면 지역 대체육은 하나의 산업군으로 성장할 여지가 충분하고 볼 수 있다. 

 

결론: 관광객이 ‘고기 없는 고기’를 찾는 시대, 지역 대체육은 미래 전략이다

대체육은 더 이상 실험적 식품이 아니다. 기존 식품 체계에 또 하나의 선택지가 더해진 결과이자, 지속 가능성과 다양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대한 실질적인 응답이다. 이제 대체육은 관광 산업과 지역 경제, 그리고 지구 환경까지 고려할 수 있는 전략적 자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음식을 선택하는 데 있어 낯설음보다 만족감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관광객들은 더 이상 ‘싸고 많이’ 먹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지 않는다. 그 지역만의 문화를 담고, 자연을 해치지 않으며, 건강하고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음식을 더 높이 평가한다.
이때 대체육은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를 자연스럽게 연결해 주는 가장 유연한 매개체가 된다. 지역 자원과 기술을 융합해 만든 대체육은 단순한 고기 대체품이 아니라, 그 지역만의 풍미와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로 기능할 수 있다. 생산자에게는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되고, 소비자에게는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하며, 지역 전체에는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남긴다. 앞으로의 관광은 단순한 이동이나 방문에서 끝나지 않는다. 무엇을 먹고, 어떤 가치를 남기고 돌아갈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연속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역 특화 대체육은 ‘먹는 즐거움’, ‘환경에 대한 책임’, ‘문화적 자긍심’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