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페이스북, 네이버의 사후 계정 정책 비교
디지털 사망이 새로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며 주요 플랫폼들도 사망자 계정에 대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후 계정을 관리하며, 그 접근성과 처리 절차, 유족의 권한에 있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본 글에서는 세 플랫폼의 사후 계정 처리 정책을 비교 분석하여, 사망자의 디지털 자산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정리하기 위한 실질적인 가이드를 제공한다.
플랫폼에도 죽음 이후의 질서가 필요하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생전에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소통하고 기록을 남기게 된다. 이메일, 사진, 영상, 게시글, 댓글 등 수많은 디지털 흔적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자산이자 개인의 삶을 구성하는 요소다. 문제는 사람이 사망한 뒤에도 이러한 데이터와 계정은 여전히 서버 어딘가에 남아 활동을 멈추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사망 이후에도 여전히 기념일이나 가족간의 행사등이 공유되는데 이러한 사례는 유족에게는 심리적인 충격이 되거나 불편함을 유발할 수 있고, 실제로 사망자의 계정이 해킹되어 사칭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세계적인 플랫폼 기업들은 사망자 계정을 안전하게 정리하거나 보존할 수 있는 기능을 마련하고 있으며, 한국의 대표 포털 네이버도 자체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마다 처리 방식은 물론 절차와 범위까지 모두 다르다. 어떤 곳은 생전 설정을 통해 유언처럼 자동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는 반면, 어떤 곳은 유족이 사망 증명 서류를 제출해야 하며, 심지어 아무런 정책이 없어 계정이 방치되기도 한다. 사망 후에도 계정에 남겨진 디지털 자산은 단순한 파일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따라 고인의 기억과 명예, 유족의 심리적 회복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플랫폼별 정책을 미리 이해하고, 생전에 적절한 설정을 해두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본문에서는 글로벌 기업인 구글과 페이스북, 그리고 국내 대표 포털인 네이버의 사후 계정 정책을 비교해보며, 각자의 특성과 한계, 활용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세 플랫폼의 사후 계정 정책 비교
먼저 구글은 사망자의 계정 처리에 있어 가장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한 대표적인 사례다. 구글은 ‘비활성 계정 관리자(Inactive Account Manager)’라는 기능을 통해 사용자가 생전에 자신의 계정이 일정 기간 동안 사용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지정된 사람에게 데이터 접근 권한을 넘기거나 계정을 삭제할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게 한다. 사용자는 계정이 비활성화되는 조건(예: 3개월간 로그인 없음)을 설정하고, 최대 10명의 수신자를 지정할 수 있으며, 어떤 데이터를 넘길지도 선택할 수 있다. 이 기능은 사망을 대비한 가장 실질적인 도구 중 하나이며, 특히 해외에서 많은 이용자들이 이를 활용하고 있다. 다만 해당 기능을 설정하지 않은 경우, 유족은 사망진단서와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하며, 구글 측의 내부 검토 후에야 계정 접근이나 삭제가 가능하다.
페이스북은 ‘추모 계정(Memorialized Account)’이라는 기능을 중심으로 사후 계정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사용자가 생전에 추모 관리자(Legacy Contact)를 지정해두면, 사망 후 이 관리자가 계정을 일부 제한된 범위 내에서 관리할 수 있다. 계정은 ‘고인을 추모합니다’라는 문구가 추가되며 검색은 가능하되 활동은 제한된다. 새로운 친구 요청, 게시물 업로드는 차단되며, 댓글과 기존 콘텐츠는 유지된다. 생전에 설정하지 않았다면, 유족이 사망 증빙 자료를 제출해 계정을 추모 계정으로 전환하거나 삭제 요청을 할 수 있다. 비교적 정서적 배려를 중시한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반면 네이버는 아직까지 글로벌 플랫폼에 비해 사후 계정 처리 기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공식적으로는 계정 삭제나 데이터 제공 요청이 가능하지만, 명확한 ‘추모 계정’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유족은 사망진단서, 가족관계증명서, 본인 신분증 등의 서류를 첨부해 고객센터에 신청을 해야 하며, 이를 통해 메일 계정 삭제나 블로그, 카페 게시물 삭제 요청이 가능하다. 다만 데이터 보존이나 이전, 추모 기능 등은 아직 시스템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유족의 입장에서 접근성이 낮고 절차가 복잡하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네이버 클라우드와 같은 별도 서비스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신청해야 하며, 하나의 통합된 사망자 계정 관리 시스템은 부재한 상황이다. 이처럼 구글은 기술적 자동화와 사전설정 기능에서 앞서 있고, 페이스북은 감정적 고려와 추모 기능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네이버는 기본적인 계정 삭제와 일부 게시물 처리에 한정된 체계를 보여준다. 각 플랫폼의 철학과 서비스 범위에 따라 사후 계정 정책이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용자는 자신의 이용 목적과 유산으로 남길 의도에 따라 생전에 적절한 설정을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생전의 준비가 만드는 평화로운 이별
사후 계정 정리는 단지 기술적인 절차가 아니라, 고인을 기억하는 방식과 유족의 애도 과정에 깊이 관여하는 중요한 문화적 행위로 볼 수 있다.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처럼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플랫폼에 고인의 흔적이 남아 있는 동안, 우리는 그를 완전히 떠나보내지 못할 수도 있고, 때로는 원치 않게 상처받을 수도 있다. 특히 플랫폼별로 정책이 상이한 상황에서, 고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계정이 방치되거나 삭제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생전에 사후 계정 처리 방안을 미리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글의 비활성 계정 관리자나 페이스북의 추모 관리자 지정처럼, 지금 당장은 낯설고 번거로울 수 있지만, 미래의 가족과 자신을 위한 배려이자 책임이 될 수 있다. 이제 네이버 역시 추모 계정 제도나 데이터 이전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용자들이 손쉽게 디지털 유언과 연계할 수 있도록 통합 계정 설정 기능을 제공하고, 유족이 계정에 접근할 수 있는 명확한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더 나아가 정부 차원에서도 디지털 사망과 관련된 법적 기준을 마련하고, 플랫폼 사업자에게 일정한 책임을 부여할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결국 사후 계정 정책은 우리 사회가 ‘디지털 죽음’을 얼마나 성숙하게 다루는지를 보여주는 척도라 할 수 있다. 기술이 고인의 흔적을 보호하고, 유족이 따뜻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그것은 단지 기능이 아닌 하나의 문화가 될 것이다. 각자의 플랫폼 설정을 점검해보고, 가족들과 디지털 유산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부터 시작하자. 죽음을 준비하는 일은 살아 있는 동안 삶을 더 깊이 있게 만드는 일이며, 사후 계정 정리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