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사망 관리 서비스 TOP 5
사망 이후에도 삭제되지 못하고 온라인에 남아있는 계정과 데이터는 유족에게 심리적, 법적, 기술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디지털 사망 관리 서비스는 고인의 계정을 정리하고, 디지털 유산을 안전하게 보존 또는 삭제해주는 전문 솔루션이다. 이 글에서는 현재 이용 가능한 디지털 사망 관리 서비스 중 기능성과 신뢰성, 접근성 면에서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5가지를 소개하고, 그 특징을 비교 분석한다.
죽음 이후를 책임지는 또 하나의 서비스 산업
현대인의 삶은 디지털을 매개로 확장되고 있다. 일상적인 메시지부터 사진, 동영상, 온라인 금융 기록, 콘텐츠 구독 이력까지, 수많은 데이터들이 개인의 흔적으로 쌓여간다. 이 디지털 흔적들은 단순한 정보의 집합을 넘어서, 한 사람의 정체성과 기억, 나아가 삶의 궤적을 대변하는 자산이 된다. 하지만 우리가 생을 마감한 뒤에도 이 자산들은 별다른 정리 없이 사이버 공간 어딘가에 남게 되며, 때로는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일부 온라인 서비스는 사용자 사망 이후에도 계속해서 서비스를 유지하거나 정보를 자동 갱신하며, 남겨진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당혹감을 안기곤 한다. 어떤 계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방치되거나 제3자의 접근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유족 입장에서는 고인의 삶을 기억하고 정리하려는 시도가 기술의 불투명한 구조 앞에서 무력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러한 혼란을 배경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디지털 사망 관리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는 사망자의 온라인 계정과 데이터를 정리하고, 생전에 남긴 정보 중 보존이 필요한 항목을 선별해 유족에게 전달하거나 법적 절차에 따라 삭제하는 역할을 맡는다. 단순한 기술 지원을 넘어, 감정적으로 복잡한 이별 과정을 정리하는 통로로 기능하며, 죽음을 둘러싼 사회적 인식과 윤리 기준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디지털 사망 관리 서비스는 고인의 존재를 데이터 속에서 의미 있게 마무리하는 동시에, 남겨진 사람들의 애도를 존중하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으며, 새로운 형태의 장례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본문에서는 실제로 국내외에서 제공되고 있는 주요 디지털 사망 관리 서비스 가운데, 실질적으로 유족에게 도움이 될 만한 다섯 가지를 선별하여 그 특징과 활용 방안을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디지털 사망 관리 대표 서비스 5선
1. GoodTrust (https://mygoodtrust.com)
GoodTrust는 미국 기반의 디지털 자산 관리 전문 플랫폼으로, 사용자가 생전에 다양한 계정과 파일을 등록해두면 사망 후 이를 지정된 수신자에게 자동 전달하거나 삭제해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주요 플랫폼과 연동이 가능하며, 전자 유언장 작성 및 디지털 자산 상속 관리 기능도 포함되어 있다. 유족은 인증 절차를 통해 고인의 자료를 다운로드하거나 계정 정리를 요청할 수 있다. AI 기반 자동 정리 추천 시스템도 있어 실용성이 높다.
2. Afternote (https://www.afternote.com)
Afternote는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서비스로, 사용자가 생전에 ‘디지털 자서전’처럼 사진, 영상, 메시지 등을 미리 업로드해 추후 유족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한다. 단순 정리를 넘어 추모 콘텐츠 제작 기능이 강점이며, SNS 계정 해지 및 데이터 백업도 지원한다. 최근에는 VR 추모 공간 제공 기능도 시험 중이다.
3. Entrustet (서비스 종료됨)
과거 미국 내 대표적인 디지털 유산 관리 서비스였으나, 2012년 Google 및 Facebook API 정책 변경 이후 운영 중단. 다만 Entrustet은 디지털 사망 관리 서비스의 필요성을 대중화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했으며, 후속 플랫폼 탄생의 기반이 되었다.
4. Everplans (https://www.everplans.com)
Everplans는 일반 유언장 작성, 보험 정보 저장, 장례 계획 등 오프라인 준비와 연계된 종합 사망 준비 플랫폼이다. 여기에 디지털 계정 리스트 등록 기능을 결합해, 사용자가 사망한 후 가족이나 법률 대리인이 이를 기반으로 정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금융기관, 고용주와의 연동도 제공하며, 보안성과 편의성이 높은 서비스로 평가받는다.
5. 디지털장의사.kr (국내 서비스)
한국 기반의 디지털 사망 관리 플랫폼으로, 블로그, 이메일, 카페, 클라우드 등 국내 플랫폼 중심의 계정 정리를 지원한다. 네이버, 다음, 카카오 등 주요 포털 사이트 계정 처리에 특화되어 있으며, 사망진단서와 가족관계증명서 등 제출 서류 안내부터 고객센터 연계까지 상세한 절차를 제공한다. 클라우드 백업, SNS 추모 콘텐츠 생성, 유족 상담 기능도 함께 운영 중이며, 국내 정서에 맞는 서비스 설계가 강점이다. 이처럼 각 서비스는 국가별 법률, 문화적 차이, 플랫폼 연동 정책에 따라 기능이 다르다. 일부는 계정 정리에 초점을 두고 있고, 일부는 추모 콘텐츠 제작이나 생전 기록 보관에 더 집중한다. 이용자는 자신의 디지털 자산 유형, 가족 관계, 문화적 배경 등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 사망 관리, 준비된 사람만이 가능한 배려
디지털 사망 관리 서비스는 단지 편의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고인이 생전에 정리하지 못한 디지털 흔적을 안전하게 처리하고, 남겨진 유족이 기술적 부담이나 감정적 충격 없이 이별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인간적인 서비스다. 특히 우리가 사용하는 플랫폼이 점점 다양해지고, 온라인 자산의 규모가 커지는 만큼, 이러한 서비스를 통한 관리의 필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단순히 계정을 삭제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고인의 삶과 기억을 어떻게 디지털 공간에서 정리하고 보존할지를 함께 고민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서비스는 법률·제도와도 연결된다. 디지털 자산의 상속, 계정 접근 권한의 위임, 데이터 삭제의 법적 기준 등이 명확하게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후 관리 서비스는 실질적인 대안으로 기능한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정부 차원에서 디지털 유산 처리 지침을 마련하고 있으며, 보험 상품에 디지털 사망 관리 옵션이 포함되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따라 디지털 사망 관련 법률이 구체화되고, 서비스 산업이 제도화될 필요가 있다. 결국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살아 있는 동안 나의 흔적과 기록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지에 대한 철학을 포함한다. 디지털 사망 관리 서비스는 그 철학을 실천할 수 있는 실질적 수단이자, 미래를 위한 배려의 방식이다. 지금 나의 온라인 계정과 자료를 돌아보고, 그 이후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할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 할 시점이다. 유족에게 상처가 아닌 추억을 남기기 위해, 디지털 죽음 또한 계획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