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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장의사 개념과 업무

인터넷에 올린 글과 사진은 게시 버튼을 누르는 순간 여러 곳으로 퍼질 수 있고, 계정을 탈퇴한 뒤에도 검색 결과나 다른 사이트에 흔적이 남는 경우가 있다. 과거에 작성한 글이나 공개된 개인정보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늘면서 온라인에 남은 기록을 찾아 정리하고 삭제 절차를 돕는 일을 흔히 '디지털 장의사'라고 부르게 됐다. 이름만 보면 사망자의 온라인 흔적을 정리하는 직업처럼 느껴지지만 실제 업무는 그보다 넓다.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운영하는 주니어 커리어넷에서는 디지털 장의사를 의뢰인의 인터넷 계정, 게시물, 사진 등을 삭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으로 소개한다. 게시물 삭제를 위해 포털 운영업체에 제출할 서류를 마련하고, 요청한 데이터가 실제로 삭제됐는지 확인하는 일도 업무에 포함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디지털 장의사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일반적인 온라인 기록 삭제 업무와 사망 이후 남는 디지털 유산 관리 문제를 먼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일까?

디지털 장의사의 기본 업무는 인터넷에 남아 있는 원하지 않는 기록을 찾고 정리하는 데 있다. 과거에 작성한 게시물이 어디에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본인이 직접 삭제할 수 없는 경우에는 해당 사이트나 플랫폼의 신고·삭제 절차를 찾아 필요한 자료를 갖춰 요청할 수 있다. 같은 사진이나 글이 여러 사이트로 퍼졌다면 각각의 위치를 확인해야 하고, 삭제 요청 뒤에는 실제로 게시물이 내려갔는지 검색 결과에 계속 나타나는지도 다시 점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원하는 정보라면 무엇이든 강제로 지울 수 있는 직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게시물의 작성자와 요청자의 관계, 정보의 성격, 플랫폼의 운영정책에 따라 삭제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원본 게시물이 삭제됐더라도 다른 사이트에 복사된 자료까지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어서 하나의 삭제 요청으로 모든 흔적을 없앨 수 있다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왜 '장의사'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디지털 장의사라는 이름은 인터넷에 남은 기록을 정리하고 지운다는 업무의 성격을 강하게 표현하기 위해 사용돼 왔다. 실제로는 사망자의 기록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이 과거에 남긴 게시물, 악성 게시물, 노출된 사진과 개인정보처럼 더 이상 온라인에 남기고 싶지 않은 흔적을 정리하는 업무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주니어 커리어넷 역시 이 직업을 의뢰인의 온라인 정보와 게시물, 사진 등을 삭제하는 일로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이름에 '장의사'가 들어간다는 이유만으로 장례지도사와 같은 업무를 수행하거나 사망자의 계정 정리가 직업의 전부라고 이해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오히려 온라인 평판 관리와 기록 삭제 업무가 기본이고, 사망자의 디지털 유산 정리는 그와 맞닿아 있는 별도의 문제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업은 왜 등장했을까?

사람이 인터넷에 남기는 정보의 양이 크게 늘어난 것이 가장 큰 배경이다. SNS와 블로그, 커뮤니티, 동영상 서비스가 일상화되면서 예전에는 주변 사람 몇 명만 알았을 말과 사진이 검색 가능한 기록으로 남게 됐다. 본인이 지운 뒤에도 다른 사람이 복사하거나 다시 올린 자료가 남을 수 있고, 오래된 게시물이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다시 검색되는 일도 생긴다.

이런 환경에서는 단순히 계정을 탈퇴하는 것만으로 온라인 흔적을 모두 정리하기 어려울 수 있다. 어느 사이트에 정보가 남았는지를 찾고, 사이트마다 다른 신고 절차를 확인하고, 삭제 요청 결과까지 추적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서 이를 대신하거나 지원하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온라인 기록을 관리하는 일이 하나의 별도 업무 영역으로 자리 잡은 배경도 여기에 있다.

디지털 유산 정리와 디지털 장의사는 같은 의미일까?

완전히 같은 의미는 아니다. 일반적인 디지털 장의사 업무에서는 살아 있는 의뢰인이 자신의 과거 게시물이나 사진, 개인정보의 삭제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디지털 유산은 사람이 사망한 뒤 남는 이메일, 클라우드 파일, 사진, SNS 계정, 온라인 수익과 각종 디지털 자료를 어떻게 보존하거나 정리할 것인지의 문제다.

사망자의 계정은 가족이 원한다고 바로 로그인하거나 삭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Google은 고인이 된 사용자의 계정을 폐쇄하거나 일정한 경우 계정 콘텐츠 제공을 요청할 수 있는 별도 절차를 운영하지만, 고인의 비밀번호나 로그인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Apple 역시 생전에 유산 관리자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지정된 사람이 사망 후 데이터 접근을 요청하려면 접근 키와 사망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가 필요하다.

사망자의 계정은 왜 더 조심해서 다뤄야 할까?

고인의 온라인 기록에는 가족사진처럼 남겨야 할 자료와 공개를 원하지 않는 개인 기록, 자동결제가 남아 있는 서비스,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가 섞인 메시지 등이 함께 들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사망자의 디지털 흔적을 정리하는 일은 단순한 삭제 작업보다 무엇을 보존하고 무엇을 정리할지를 먼저 나누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계정 하나가 여러 서비스에 연결돼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이메일을 먼저 삭제했는데 그 주소가 다른 서비스의 로그인 복구 수단이었다면 이후 계정을 확인하기 어려워질 수 있고, 클라우드 계정을 없앤 뒤 가족에게 필요한 사진이나 문서를 발견할 수도 있다. 일반적인 게시물 삭제와 달리 사망자의 디지털 유산 정리에서는 삭제보다 계정과 자료의 전체 구조를 먼저 파악하는 편이 안전하다.

개인정보 삭제와 사망자의 정보는 같은 법적 문제일까?

현행 개인정보 보호법에서 개인정보는 기본적으로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 정의된다. 따라서 살아 있는 사람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정리하는 문제와 사망자의 기록을 처리하는 문제를 동일한 법적 구조로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사망자의 계정에는 고인 본인의 기록뿐 아니라 메시지를 주고받은 상대방이나 사진에 함께 등장한 살아 있는 사람의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디지털 유산을 정리한다는 이유만으로 계정 안의 모든 자료를 자유롭게 열람하거나 공개해도 된다고 볼 수는 없다. 플랫폼의 이용정책과 접근 권한을 확인하고, 자료 안에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나 권리가 포함돼 있다면 그 부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디지털 기록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볼 수 있는가'와 '정당하게 볼 수 있는가'는 서로 다른 질문이다.

디지털 장의사와 디지털 포렌식은 구분해야 한다

디지털 장의사를 설명할 때 디지털 포렌식이나 사이버 수사 업무까지 하나로 묶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 역할은 다르다. 온라인 게시물의 위치를 찾고 삭제 요청을 지원하는 업무와 저장장치에서 삭제된 파일을 복구하거나 형사사건의 전자정보를 분석하는 업무는 같은 작업이 아니다. 디지털 장의사가 모든 데이터 복구나 포렌식 분석을 수행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볼 근거도 없다.

커리어넷은 프로그래밍 능력과 미디어에 대한 이해가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지만 특정 보안·포렌식 자격증을 필수 조건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자신의 업무가 온라인 기록 삭제와 평판 관리에 가까운지, 별도의 보안 기술 영역까지 다룰 것인지에 따라 필요한 능력이 달라질 수 있다. 직업 이름보다 실제로 제공하는 서비스의 범위를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디지털 장의사를 이용할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온라인 기록 삭제 서비스를 이용하려 한다면 처음부터 '인터넷 기록을 전부 지워준다'는 설명만 보고 맡기기보다 어떤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는지 확인하는 편이 좋다. 삭제를 원하는 URL을 찾아주는지, 플랫폼에 삭제 요청을 대신하는지, 처리 결과를 어떻게 확인해 주는지에 따라 실제 업무가 달라질 수 있다. 삭제할 수 없는 게시물이 있을 때 어떤 이유로 불가능한지도 설명받을 필요가 있다.

  1. 어떤 게시물과 계정을 정리하려는지 먼저 목록으로 만든다.
  2. 본인이 직접 삭제할 수 있는 기록과 별도 요청이 필요한 기록을 구분한다.
  3. 외부 업체를 이용한다면 실제 작업 범위와 비용을 확인한다.
  4. 아이디와 비밀번호처럼 민감한 정보를 무조건 요구하는지 확인한다.
  5. 제출한 개인정보와 서류를 작업 후 어떻게 처리하는지 확인한다.
  6. 사망자의 계정이라면 플랫폼의 공식 사후 계정 절차가 있는지 먼저 확인한다.

특히 사망자의 디지털 유산을 정리하는 경우라면 업체를 통한 삭제보다 Google이나 Apple처럼 플랫폼 자체가 제공하는 공식 사후 절차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좋다. 외부 서비스가 할 수 있는 일과 계정 제공업체만 처리할 수 있는 영역이 다르기 때문이다. 무조건 많은 데이터를 지우는 것이 좋은 정리라고 보기도 어렵고, 가족에게 꼭 필요한 자료는 삭제 전에 별도로 보존해야 한다.

디지털 장의사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디지털 장의사는 온라인에 남은 기록을 정리하고 삭제 절차를 돕는 직업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그 업무가 사망자의 디지털 유산 문제와 연결될 수는 있지만 사망자의 모든 계정과 자산을 자유롭게 관리하거나 상속 절차를 대신하는 직업이라고 볼 수는 없다. 반대로 살아 있는 사람의 온라인 기록 삭제 역시 이 직업의 중요한 업무 영역이다.

기존에는 이름 때문에 디지털 장의사를 사람이 사망한 뒤 남은 인터넷 기록을 정리하는 직업으로 먼저 생각하기 쉽지만 공식 직업정보를 다시 확인해보면 실제 출발점은 온라인 기록 삭제와 관리에 더 가깝다. 이 차이를 알고 나면 디지털 유산 문제도 훨씬 명확해진다. 살아 있는 사람의 기록 삭제와 사망자의 계정 정리는 일부 과정이 비슷해 보여도 권한과 절차가 다르기 때문에, 무엇을 지울 수 있느냐보다 누가 어떤 근거로 요청할 수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