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고인의 사진과 음성, 생전의 이야기나 메시지를 입력해 마치 고인과 다시 대화하는 것처럼 이용하는 AI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디지털 추모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화면에서는 휴대전화나 웹브라우저 안에서 둘만 대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입력한 내용이 이용자의 기기 안에서만 처리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서비스 운영사의 서버나 외부 AI 모델, 클라우드 저장공간 등 여러 시스템을 거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서비스에는 일반적인 AI 질문보다 훨씬 사적인 자료가 들어가기 쉽다. 고인의 사진과 목소리는 물론 가족관계, 건강 문제, 재산 이야기, 생전의 대화와 다른 가족의 정보까지 입력될 수 있다. 따라서 서비스를 선택할 때는 고인과 얼마나 비슷하게 대화하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어떤 자료를 수집하고 어디에서 처리하는지, 나중에 무엇을 삭제할 수 있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대화뿐 아니라 사진과 음성이 어디로 가는지도 확인한다
대화형 AI가 답변을 만들려면 이용자가 입력한 내용이 답변 생성 시스템으로 전달된다. 서비스 운영사가 자체 모델을 사용할 수도 있고 외부 AI 사업자의 API를 이용할 수도 있다. 고인 재현 서비스라면 여기에 사진, 음성, 영상, 문자메시지, 이메일과 생전의 글까지 추가될 수 있다. 따라서 대화가 저장되는지만 확인해서는 부족하다. 대화 원문과 업로드한 사진, 음성, 고인에 관한 정보, 생성된 결과물을 각각 어떻게 처리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AI가 기억하는 정보와 화면에 남아 있는 대화 기록도 같은 데이터라고 단정할 수 없다. Replika를 예로 들면 개인정보처리방침에서 이용자가 주고받는 메시지와 제공한 사진, 영상, 음성 등을 처리하는 정보로 설명하고 있으며 개인화된 대화를 위해 이용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서비스에 따라 대화 기록을 지우는 기능과 AI가 기억한 정보를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기능이 따로 있을 수 있으므로 가입 전에 각각의 삭제 방법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외부 AI를 사용한다면 운영사 정책만 봐서는 부족하다
추모 AI가 외부 AI 모델을 이용한다면 이용자가 가입한 서비스와 실제 답변 생성에 참여하는 AI 제공자의 데이터 처리를 나눠서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추모 서비스가 OpenAI API를 사용한다고 해도 개인이 직접 사용하는 ChatGPT와 데이터 처리 방식이 같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2026년 9월 현재 OpenAI는 API로 전송된 데이터를 고객이 명시적으로 공유에 동의하지 않는 한 모델 학습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안내한다. 다만 기본적인 악용 모니터링 로그는 최대 30일 보존될 수 있으며 사용하는 API 기능에 따라 별도의 애플리케이션 상태가 저장될 수도 있다.
따라서 외부 AI의 이름만 확인해서는 실제 추모 서비스의 보관 기간을 알 수 없다. 어떤 API 기능을 사용하는지, 추모 서비스 운영사가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얼마나 오래 저장하는지까지 봐야 한다. 이용자 화면에서는 AI 하나와 대화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 처리 과정에는 서비스 운영사와 AI 제공자 등 여러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고인의 자료에는 살아 있는 가족의 개인정보도 섞여 있다
고인 재현 서비스라고 해서 고인의 정보만 입력되는 것은 아니다. 메신저 대화를 통째로 올리면 상대방의 이름과 대화 내용도 함께 들어가고, 가족 이야기를 AI와 나누다 보면 현재 살아 있는 사람의 건강이나 재산, 가족관계에 관한 내용도 자연스럽게 입력될 수 있다. 현행 개인정보 보호법은 개인정보를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 정의한다. 따라서 고인의 기록에 포함된 생존자의 정보는 고인의 자료와 별도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고인의 말투를 재현하기 위해 필요하지 않은 정보까지 모두 올릴 이유는 없다.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상세 주소처럼 재현과 관계없는 정보는 제외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 녹음된 음성이나 메신저 기록도 필요한 부분만 사용하는 편이 낫다. 특히 대화형 AI는 검색창보다 사람과 이야기하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이용자 자신의 건강 문제나 경제적 어려움, 가족 갈등처럼 민감한 내용을 예상보다 쉽게 입력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메시지 삭제와 계정 삭제가 같은 것은 아니다
사적인 내용을 입력한 뒤 화면에서 메시지를 지웠다고 서비스에 관련된 모든 정보가 동시에 없어지는 것은 아닐 수 있다. 개별 메시지와 대화 기록, AI가 기억한 정보, 업로드한 사진과 음성, 계정정보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관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정을 삭제한 뒤에도 법적 의무나 보안 등의 이유로 일부 정보가 일정 기간 남는 서비스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가입 전에는 대화 기록을 삭제할 수 있는지, AI가 기억한 정보도 별도로 삭제할 수 있는지, 업로드한 사진과 음성을 지울 수 있는지, 계정 전체를 삭제하면 어떤 데이터가 없어지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고인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이용해 별도의 아바타나 음성 모델을 만드는 서비스라면 원본을 삭제했을 때 그 원본을 이용해 만들어진 자료까지 어떻게 처리되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고인의 원본 자료를 AI 서비스 한곳에만 맡기지 않는다
추모 AI를 만들기 위해 사진 수백 장과 여러 시간의 음성, 오래된 메시지를 업로드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AI와 나눈 대화보다 원본 자료일 수 있다. 서비스가 계속 운영된다는 보장도 없고 향후 운영 방식이나 데이터 정책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서비스가 종료됐을 때 원본까지 함께 잃는 상황을 피하려면 중요한 사진과 음성, 문서는 가족이 관리하는 별도의 저장공간에도 보관하는 것이 안전하다.
자료를 내보낼 수 있는지도 미리 확인하면 좋다. 계정을 해지하기 전에 대화나 업로드 자료를 내려받을 수 있는지, 서비스가 종료될 경우 자료를 회수할 방법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추모 AI는 고인의 원본 자료를 보관하는 유일한 장소가 아니라 보관된 자료를 활용하는 서비스 정도로 생각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처음부터 가족 기록을 전부 올릴 필요는 없다
고인과 비슷한 답변을 얻고 싶다고 사진과 음성, 메신저 대화를 처음부터 전부 업로드할 필요는 없다. 민감도가 낮은 자료 몇 개만 이용해 실제 기능부터 확인하는 방법이 낫다. 올린 자료를 다시 삭제할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어떤 정보가 기억되는지, 계정 설정에서 이를 관리할 수 있는지도 살펴본다. 원하는 수준의 관리 기능이 없다면 더 많은 가족 기록을 넣기 전에 사용을 중단할 수 있다.
내가 이런 서비스를 사용한다면 답변이 고인과 얼마나 비슷한지보다 자료를 다시 지울 수 있는지를 먼저 볼 것 같다. 고인의 메신저와 음성 파일을 한꺼번에 올린 뒤에야 삭제 기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인을 오래 기억하기 위한 서비스라면 무엇을 얼마나 잘 기억하는지만큼 이용자가 원할 때 무엇을 지울 수 있는지도 중요한 기능이라고 본다.
참고자료
2026년 9월 기준 아래 공식 자료를 참고했다.
Replika, Privacy Policy
Replika 개인정보처리방침
Replika Help Center, Can I delete my conversations
Replika 대화 삭제 안내
OpenAI 개발자 문서, API 데이터 관리 안내
OpenAI API 데이터 관리
국가법령정보센터,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
'디지털 장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사망자의 온라인 쇼핑 적립금과 모바일 상품권은 환급받을 수 있을까 (0) | 2026.09.25 |
|---|---|
| 전자책과 음원 이용권은 사망 후 가족에게 이전될 수 있을까 (0) | 2026.09.24 |
| 고인의 클라우드 저장공간을 정리할 때 동기화 파일이 함께 삭제되는 이유 (0) | 2026.09.23 |
| 가족끼리 고인의 계정 삭제에 동의하지 않을 때 무엇을 먼저 정해야 할까 (0) | 2026.09.22 |
| 디지털 장의사에게 의뢰하면 안 되는 불법적인 삭제와 계정 접근 (0) | 2026.09.2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