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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오랫동안 구입한 전자책과 음원이 계정에 많이 남아 있다면 가족은 종이책이나 CD처럼 그대로 물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결제 내역에도 구매나 소장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재산과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콘텐츠에 돈을 지불했다는 사실과 그 콘텐츠를 다른 사람의 계정으로 자유롭게 넘길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2026년 9월 현재 Apple 미디어 서비스 약관은 서비스를 통해 콘텐츠를 구매하거나 취득하고 사용권을 부여받거나 대여, 구독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Google Play도 앱과 디지털 콘텐츠가 구입한 Google 계정에 연결되며 계정 간 콘텐츠 이전은 지원하지 않는다고 안내한다. 따라서 전자책이나 음원을 정리할 때는 얼마나 많이 샀는지보다 어느 서비스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구입한 전자책과 음원이 그대로 가족에게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종이책을 구입하면 책이라는 물건을 보관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건넬 수 있다. 그렇다고 책 속의 글과 사진에 대한 저작권까지 구입하는 것은 아니다. 전자책과 디지털 음원에는 여기에 플랫폼 계정과 이용약관이라는 조건이 하나 더 붙는다. Apple 약관에서도 콘텐츠 거래를 서비스가 정한 이용 조건 안에서 설명하며, 명시적으로 허용된 경우를 제외하고 콘텐츠를 이전하거나 재생산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정상적으로 돈을 지불했다는 사실만으로 가족의 별도 계정으로 이용권까지 옮길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Google Play도 비슷하다. 디지털 콘텐츠는 기기뿐 아니라 구입한 Google 계정에도 연결된다. 그래서 같은 계정으로 새 기기를 사용하면 이미 구입한 콘텐츠를 다시 구매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지만, 여러 Google 계정을 가지고 있더라도 콘텐츠를 계정 사이에서 이전할 수는 없다고 공식 고객센터에서 안내한다. 다만 이 내용은 일반적인 Google Play 콘텐츠 이전 정책이다. 사망자의 Google 계정 자체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별도의 사망자 계정 절차와 해당 서비스 정책을 확인해야 한다.
Apple 유산 관리자도 구입한 책과 음악에는 접근할 수 없다
Apple에는 사용자가 사망한 뒤 신뢰하는 사람이 계정의 일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생전에 유산 관리자를 지정하는 기능이 있다. 유산 관리자는 사망 후 접근 키와 필요한 서류를 제출해 계정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Apple 공식 안내에서 접근 가능한 데이터와 접근할 수 없는 데이터는 명확하게 나뉜다.
사진, 메시지, 메모, 파일, 기기 백업 등은 접근 가능한 데이터에 포함될 수 있지만 고인의 Apple 계정으로 구입한 영화, 음악, 책과 구독 항목은 유산 관리자가 접근할 수 없는 정보에 포함된다. 같은 Apple 계정에 들어 있어도 직접 촬영해 iCloud에 저장한 사진과 Apple Books에서 구입한 책의 사후 처리 방식이 같지 않은 것이다. 가족 공유 역시 생전에 Apple이 허용한 범위에서 콘텐츠와 서비스를 함께 사용하는 기능이지 사망 후 구매 콘텐츠를 다른 사람의 소유로 바꾸는 상속 절차와 같은 개념은 아니다.
다운로드와 구독도 따로 봐야 한다
기기에 전자책이나 음원이 다운로드되어 있으면 가족이 계속 사용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파일이 기기에 저장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다른 사람에게 자유롭게 이전하거나 복제할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콘텐츠에 따라 계정 인증이나 특정 앱이 필요할 수 있고 플랫폼의 이용 조건도 적용된다. Apple 약관 역시 구입한 콘텐츠를 포함해 콘텐츠를 나중에 다시 다운로드하거나 스트리밍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안내한다.
월정액 구독은 개별 구매와 더 확실하게 구분해야 한다. 앱에 전자책 수백 권이나 음악 수천 곡이 표시되어 있어도 실제로는 구독 기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일 수 있다. 오프라인 이용을 위해 기기에 저장된 콘텐츠 역시 일반적인 파일을 영구 소유한 것과 같다고 볼 수 없다. 유족이 확인할 때는 서비스 이름, 개별 구매인지 구독인지, 자동결제가 남아 있는지를 함께 보는 것이 빠르다.
고인이 직접 만든 전자책과 음악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고인이 다른 사람의 전자책이나 음악을 구입한 경우와 직접 저자, 작곡가, 제작자로 활동한 경우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 전자는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이용하는 문제이고 후자는 고인이 만든 저작물과 계약, 정산 문제가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창작자로 활동했다면 구매자용 전자책 서재를 확인하는 것보다 원본 원고와 음원 파일, 출판 계약서, 음원 유통 계약, 판매자 계정, 정산 자료를 찾는 일이 훨씬 중요할 수 있다.
여기서 저작물에 관한 권리와 플랫폼 계정도 같은 것으로 보면 안 된다. 고인이 만든 작품에 관한 권리가 있다고 해서 특정 판매 플랫폼의 계정이 자동으로 상속인 명의로 변경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출판사나 유통사와 맺은 계약에 별도의 승계 조건이 있을 수도 있다. 작품 원본과 계약서를 먼저 보존하고 어느 플랫폼에서 판매되고 있었는지, 앞으로 판매를 계속하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를 계약 상대방에게 확인하는 순서가 현실적이다.
창작자였다면 미지급 정산금도 놓치지 않는다
전자책 작가나 음악가가 사망했다면 이미 판매가 이루어졌지만 아직 지급되지 않은 인세나 음원 정산금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월별이나 분기별로 정산하는 곳이라면 사망 당시 발생한 판매대금이 이후 지급되는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최근 정산서, 입금 내역, 출판사와 유통사의 이메일, 계약번호와 작품명을 먼저 확보하면 이후 확인하기가 훨씬 쉽다.
특히 여러 필명이나 예명으로 활동했다면 가족이 창작 활동 자체를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다. 구매한 전자책 목록보다 이메일에 남은 출판 계약이나 정산서, 원본 작업 폴더가 실제 재산 관계를 확인하는 데 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금액이 크거나 계약 관계가 복잡하다면 화면에 표시된 잔액만 보고 처리하기보다 계약 내용과 상속 관계를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계정을 삭제하기 전에 이것부터 확인한다
사용하지 않는 계정을 빨리 정리하고 싶더라도 전자책과 음원 서비스는 바로 탈퇴하지 않는 것이 낫다. 구매 영수증, 구독 내역, 창작자용 정산서와 계약 관련 이메일이 계정과 연결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사용하던 서비스와 결제 내역을 확인하고 개별 구매와 구독을 구분한다. 자동결제가 남아 있는지도 살펴본다. 고인이 창작자였다면 원본 파일과 계약, 최근 정산자료까지 확보한 다음 계정 처리 여부를 판단한다.
내가 이런 자료를 정리한다면 전자책 서재에 몇 권이 들어 있는지 세는 일은 뒤로 미룰 것 같다. 화면에 책 500권이 보이는 것보다 고인이 직접 쓴 원고 한 개, 출판 계약서 한 장, 아직 받지 못한 정산금이 사후에는 더 중요한 자료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콘텐츠에서는 화면에 보이는 소장 목록과 가족에게 실제로 이어질 수 있는 권리나 재산이 같지 않을 수 있다는 점부터 구분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참고자료
2026년 9월 기준 아래 공식 자료를 참고했다.
Apple 지원, Apple 계정의 유산 관리자를 추가하는 방법
Apple 유산 관리자 공식 안내
Apple, Apple 미디어 서비스 이용 약관
Apple 미디어 서비스 이용 약관
Google Play 고객센터, Google Play 스토어에서 Android 앱 및 디지털 콘텐츠 다운로드하기
Google Play 디지털 콘텐츠 안내
국가법령정보센터, 저작권법
저작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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