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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의 디지털 기록 정리 상담

가족이 세상을 떠난 뒤 휴대전화와 이메일, SNS, 클라우드까지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무엇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해질 수 있다. 계정을 빨리 삭제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사진이나 문서는 먼저 보관해야 할 것 같고, 매달 빠져나가는 결제가 남아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때 온라인 기록 정리나 게시물 삭제를 돕는 서비스에 문의할 수 있지만, 첫 상담에서부터 모든 계정을 한꺼번에 지우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운영하는 주니어 커리어넷에서는 디지털 장의사를 인터넷 계정, 게시물, 사진 등의 삭제를 돕고 포털 운영업체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해 삭제 여부를 확인하는 업무로 설명한다. 다만 사망자의 계정은 일반적인 게시물 삭제와 달리 가족관계와 사망 사실을 확인해야 하거나 플랫폼별 별도 절차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따라서 유족의 첫 문의에서는 '무엇을 지울 것인가'보다 '무엇이 남아 있고 어떤 절차가 필요한가'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처음에는 계정 목록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다

유족이 처음 해야 할 일은 고인이 사용하던 모든 서비스의 비밀번호를 찾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계정이 남아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메일, 휴대전화, 클라우드, SNS, 블로그, 쇼핑몰, 구독 서비스처럼 계정의 성격을 나눠보면 무엇을 먼저 처리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쉬워진다. 사진과 문서가 저장된 계정인지, 자동결제만 남아 있는 서비스인지, 공개 게시물이 계속 노출되고 있는 계정인지에 따라 필요한 조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메일 계정은 다른 서비스의 로그인 복구 수단으로 연결돼 있는 경우가 많아 가장 먼저 삭제하지 않는 편이 좋다. 클라우드 역시 가족사진이나 문서가 저장돼 있을 수 있고, 블로그나 SNS에는 공개된 자료를 따로 보존해야 할 수도 있다. 첫 상담 단계에서는 계정명과 서비스 종류, 공개 여부, 결제 여부, 보존할 자료가 있는지를 간단히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이후 처리 순서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것과 공식 접근 절차는 다르다

사망자의 계정을 정리할 때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서비스의 로그인 정보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Google은 사망한 사용자의 계정 폐쇄나 경우에 따라 데이터 제공 요청을 검토할 수 있지만, 고인의 비밀번호나 기타 로그인 정보는 제공하지 않는다고 안내한다. Apple도 유산 관리자가 지정돼 있다면 접근 키와 사망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이용해 계정 데이터 접근을 요청하도록 하고 있으며, 유산 관리자가 없는 경우에는 국가나 지역에 따라 추가 법적 서류가 필요할 수 있다.

네이버도 유족의 요청이라 하더라도 고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같은 로그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대신 사망 사실과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면 사망자 아이디 탈퇴, 상속 가능한 Npay 포인트·머니 잔액 확인, 공개 블로그 등 일부 공개자료의 백업과 같은 절차를 지원한다. 결국 가족이 계정에 직접 로그인하는 방법을 찾는 것과 플랫폼의 공식 절차를 통해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는 것은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

유족의 요청이라고 모든 자료를 바로 삭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망자가 작성한 공개 게시물도 서비스에 따라 별도의 요청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 네이버는 게시물 작성자가 사망한 경우 일정한 범위의 유족이 해당 게시물의 접근배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으며, 사망 사실과 가족관계를 확인하는 서류가 필요하다. 같은 순위의 유족이 여러 명이라면 동의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따라서 가족 한 명이 삭제를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게시물을 즉시 처리할 수 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공개 게시물과 비공개 계정 데이터도 같은 방식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 외부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블로그 글과 계정 안에 저장된 이메일, 사진, 메시지는 접근 조건이 다를 수 있다. 상담을 받을 때는 '계정을 없애고 싶다'는 요청만 전달하기보다 어떤 자료를 공개 상태에서 내리고 싶은지, 어떤 자료는 가족이 보존하고 싶은지를 나눠 설명하는 편이 좋다.

삭제하기 전에 반드시 남겨야 할 자료가 있는지 확인한다

사망자 계정 처리는 복구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네이버는 탈퇴한 아이디와 데이터를 복구할 수 없다고 안내하고 있고, Google도 계정 폐쇄 이후에는 콘텐츠 관련 요청을 처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Apple 역시 계정 삭제와 데이터 접근은 별도의 절차로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계정 폐쇄를 먼저 요청하기보다 가족사진, 중요한 문서, 블로그 글, 정산 내역처럼 필요한 자료가 남아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고인이 전자책이나 음원 제작자, 블로그 운영자, 온라인 판매자처럼 디지털 콘텐츠로 수익을 얻고 있었다면 정산 내역도 따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계정 삭제와 수익 정산은 같은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동결제만 남은 서비스라면 빠르게 해지하는 것이 우선일 수 있지만, 창작 자료나 미지급 수익이 남아 있는 계정은 자료를 확인한 뒤 처리 순서를 정하는 편이 낫다.

처음 상담할 때는 업무 범위를 먼저 확인한다

디지털 기록 정리 서비스를 이용하려 한다면 첫 상담에서 업체가 무엇까지 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단순 검색과 공개 게시물 삭제 요청을 돕는 것인지, 플랫폼별 사망자 계정 절차까지 안내하는지, 필요한 서류 준비를 어느 범위까지 지원하는지에 따라 서비스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커리어넷이 설명하는 디지털 장의사의 대표적인 업무도 온라인 정보와 게시물 삭제 지원, 제출서류 준비와 처리 결과 확인에 가깝다.

반대로 모든 계정의 비밀번호를 알아내거나 모든 게시물을 반드시 삭제할 수 있다고 단정하는 설명은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 실제 삭제 여부는 플랫폼의 정책과 게시물 성격, 요청자의 권한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담 전에는 예상 비용뿐 아니라 어떤 자료를 업체에 전달해야 하는지, 작업이 끝난 뒤 제공한 자료는 어떻게 처리되는지, 삭제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어떤 방식으로 결과를 알려주는지도 함께 확인해두는 편이 좋다.

유족이 첫 상담 전에 준비하면 좋은 것

  1. 고인이 사용한 이메일, SNS, 블로그, 클라우드와 구독 서비스를 아는 범위에서 정리한다.
  2. 각 계정에서 꼭 보존해야 할 사진, 문서, 게시물이 있는지 확인한다.
  3. 자동결제나 포인트, 판매 정산금처럼 금전과 연결된 서비스는 따로 표시한다.
  4. 계정 전체 삭제가 필요한지 특정 게시물만 정리하면 되는지 구분한다.
  5. 사망 사실과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가 필요한 서비스가 있는지 확인한다.
  6. 가족 구성원 사이에서 보존하거나 삭제할 자료에 의견 차이가 있는지도 미리 확인한다.
  7. 외부 업체를 이용한다면 작업 범위, 비용, 제출자료와 개인정보 처리 방식을 확인한다.

이렇게 기본 목록을 만든 뒤 상담하면 처음부터 모든 계정을 설명하느라 시간을 쓰기보다 실제로 처리해야 할 문제를 중심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계정을 지우는 일과 게시물을 숨기는 일, 사진을 보존하는 일, 자동결제를 중단하는 일은 각각 다른 작업이므로 한 번에 '디지털 흔적을 모두 없애 달라'고 요청하는 것보다 필요한 작업을 나눠보는 편이 결과를 확인하기도 쉽다.

첫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빨리 지우는 일이 아니다

가족을 잃은 직후에는 온라인 계정까지 정리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처음 상담을 할 때는 가능한 일을 한꺼번에 결정하기보다 지금 바로 중단해야 할 자동결제, 먼저 보존해야 할 사진과 문서, 나중에 처리해도 되는 계정을 나누는 정도로 시작해도 충분하다. 디지털 기록은 한 번 삭제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속도보다 순서를 정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공식 절차를 하나씩 살펴보면 유족이 해야 하는 일은 생각보다 '고인의 계정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떤 자료를 남길지 결정하고 플랫폼에 필요한 요청을 하는 것'에 가깝다. 나 역시 이 주제를 정리하면서 첫 상담에서 가장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비밀번호가 무엇인지가 아니라 어떤 자료를 꼭 남겨야 하는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급한 상황일수록 계정을 없애는 것보다 필요한 기록을 먼저 확인하고, 삭제는 마지막 단계로 미루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고 본다.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