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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족들이 모이는 시기가 되면 방송에서 고인을 추모하며 고인의 영상을 AI로 구연하여 가족과 만나게 하는 프로그램들이 늘어나고 있다. 분명히 AI 영상인 것은 알지만 가족들은 한번이라도 더 만나고 싶은 간절함이 더 크기에 그 영상을 보는 우리들도 함께 공감하고 감동하는 것이다. 실제로 고인이 남긴 통화 녹음이나 동영상을 AI에 학습시키면 생전에 하지 않았던 문장도 고인의 목소리와 비슷하게 만들 수 있다. 가족에게는 추억을 되살리는 작업일 수 있지만, 사용 목적과 공개 범위를 정하지 않으면 고인이 실제로 말한 내용과 AI가 만든 문장이 구분되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

가족 중 한 사람이 녹음 파일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고인의 목소리를 어떤 용도로든 재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녹음의 제작자, 대화에 참여한 사람, 대본의 저작자, 음성 생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의 약관과 고인의 생전 의사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필요한 동의도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원본 녹음을 AI 서비스에 업로드하는 데 필요한 권한, 고인의 음성을 모델로 만드는 데 관한 동의, 생성된 음성을 공개하거나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데 관한 허락을 분리해야 한다.

생전 동의가 있다면 목적과 범위까지 확인한다

가장 먼저 찾아볼 자료는 고인이 생전에 남긴 명확한 의사다. 유언장, 영상 메시지, 음성 사용 계약서나 창작 활동과 관련한 문서에 AI 음성 재현을 허용하거나 거부한 내용이 있는지 확인한다.

목소리 보존에 동의했다는 말이 모든 사용을 허락한다는 뜻은 아니다. 가족만 듣는 추모 영상, 박물관 전시, 광고, 유료 콘텐츠, 자동응답 서비스는 공개 범위와 경제적 영향이 다르다. 고인이 특정 프로젝트만 허용했다면 그 범위를 넘어 새로운 문장을 만들지 않는 편이 맞다.

생전 동의서에는 사용 목적, 이용 기간, 공개 대상, 상업적 이용 여부, 새 문장을 생성할 수 있는 범위와 중단 조건이 포함돼야 한다. AI 모델이 다른 프로젝트에도 재사용되는지, 서비스 업체가 입력한 음성을 모델 개선에 이용하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고인이 성우, 가수, 배우나 방송인으로 활동했다면 개인적인 가족 동의 외에 계약관계를 살펴야 한다. 소속사, 제작사, 음반제작자나 방송사가 녹음물과 실연에 관한 권리를 보유할 수 있고, 기존 계약에서 목소리 이용 범위를 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생전 동의가 없으면 가족의 합의가 고인의 동의를 완전히 대신한다고 표현해서는 안 된다. 누가 결정할 수 있는지, 고인의 인격과 명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기존 권리자가 누구인지 검토한 뒤 사용 범위를 좁게 정해야 한다.

원본 녹음에는 고인 외의 권리가 함께 들어 있을 수 있다

AI 음성 모델을 만들려면 일반적으로 고인의 음성이 담긴 원본 파일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족이 파일을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 파일을 외부 AI 서비스에 업로드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은 다를 수 있다.

방송 영상이나 음반에서 목소리를 추출한다면 방송사, 제작사, 음반제작자와 실연자의 권리가 관련될 수 있다. 고인이 출연한 영상이라는 이유만으로 음성 부분을 자유롭게 떼어 학습 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개인 통화 녹음에는 살아 있는 상대방의 목소리와 대화 내용도 포함돼 있을 수 있다. 고인의 음성만 필요하다면 상대방의 목소리와 개인정보를 제거하거나 별도의 동의를 확인해야 한다. 가족 간 사적인 대화를 그대로 업체에 전송하면 고인뿐 아니라 상대방의 사생활도 노출될 수 있다.

고인이 읽은 글이나 노래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음성 외에 대본, 소설, 시와 음악의 저작권도 검토해야 한다. 목소리를 재현할 권한이 있더라도 보호되는 문장과 노래를 새 콘텐츠에 사용하는 권한까지 자동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원본 파일은 업체에 보내기 전에 출처별로 분류한다. 고인이 직접 녹음한 파일, 가족이 촬영한 영상, 방송과 공연 영상, 통화 녹음, 제삼자가 제작한 파일을 나누면 어떤 자료에 추가 허락이 필요한지 판단하기 쉽다.

서비스에 업로드하는 파일은 필요한 분량으로 줄이고, 계좌번호와 주소 같은 개인정보가 섞인 녹음은 제외한다. 작업이 끝난 뒤 원본과 학습용 사본을 언제 삭제하는지, 업체 직원이 음성을 들을 수 있는지, 계정 해지 후 모델이 남는지를 약관과 계약서에서 확인해야 한다.

AI 서비스의 인증과 사용 정책을 확인한다

음성 생성 서비스마다 복제 가능한 목소리와 인증 방식이 다르다. 기술적으로 음성 파일을 올릴 수 있다고 해서 정책상 사용이 허용됐다는 뜻은 아니다. 가입 단계의 동의 문구와 실제 제작 계약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ElevenLabs는 책임 있는 AI 음성 사용을 위해 생성 콘텐츠의 추적성과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문 음성 복제 기능에는 기술적인 확인 절차를 요구하며 유명인과 위험도가 높은 목소리의 복제를 차단하는 보호장치를 운영한다고 안내한다.

OpenAI 이용 정책은 다른 사람의 사실적인 이미지나 목소리를 동의 없이 사용해 진위에 혼동을 줄 수 있는 행위를 허용하지 않는다. 고인의 목소리를 사용한다면 실제 녹음으로 오해받게 만드는 용도보다 AI로 생성됐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밝히는 방식이 필요하다.

국내 인공지능 기본법은 생성형 인공지능과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음성, 이미지 또는 영상 결과물에 관한 투명성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적용 주체와 표시 방식은 사업자의 서비스 구조와 시행 기준을 확인해야 하지만, 이용자에게 AI 생성 음성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은 고인 음성 재현에서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AI 음성이라고 표시하더라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고인이 지지하지 않았던 상품을 추천하거나 정치적 의견을 말하게 하고, 실제 유언이나 인터뷰처럼 편집한다면 가족과 청중에게 큰 혼동을 줄 수 있다.

생성된 음성에는 파일명, 제작일, 사용한 모델, 원본 출처와 승인자를 기록한다. 실제 녹음과 AI 생성 파일을 같은 폴더에 섞어 두지 말고, 공개본에도 AI 재현 음성임을 듣는 사람이 알아볼 수 있는 방식으로 표시한다.

가족 합의서에는 사용 후 관리까지 포함한다

생전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가족이 제작을 검토한다면 누가 찬성했는지만 기록하지 말고 어떤 콘텐츠를 어디까지 만들지 합의해야 한다. 일부 가족이 공개에 반대한다면 우선 비공개 시제품만 제작하거나 프로젝트를 보류하는 선택도 필요하다.

  1. 고인이 생전에 음성 재현에 관한 의사를 남겼는지 확인한다.
  2. 원본 녹음의 제작자, 실연자, 대화 상대와 저작권자를 구분한다.
  3. 가족 보관용, 공개 전시, 상업 이용 등 제작 목적을 하나씩 나눈다.
  4. AI 서비스가 요구하는 음성 소유권과 동의 확인 절차를 검토한다.
  5. 원본 파일의 저장 위치, 업체 접근 범위와 삭제 시점을 계약서에 적는다.
  6. 생성 가능한 문장의 범위와 고인의 명예를 해칠 수 있는 이용을 금지한다.
  7. 공개본에는 실제 녹음이 아니라 AI 재현 음성이라는 사실을 표시한다.
  8. 제작 파일과 실제 음성을 분리해 보관하고 승인 기록을 남긴다.
  9. 가족이 철회를 요구하거나 분쟁이 생겼을 때 공개와 모델 이용을 중단하는 절차를 정한다.

상업 프로젝트라면 수익 배분과 2차 사용도 결정해야 한다. 처음에는 한 편의 추모 영상으로 허락했지만 이후 광고, 게임, 오디오북과 음성 비서에 재사용될 수 있다면 별도 승인을 받도록 범위를 제한한다.

업체가 음성 모델을 계속 보관한다면 계정 비밀번호만 삭제해서는 복제가 중단되지 않을 수 있다. 학습 데이터, 생성된 파일, 복제 음성 프로필과 백업본을 각각 삭제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처리 완료 기록을 받아야 한다.

고인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다는 마음과 고인에게 새로운 말을 시키는 일은 같은 선에 놓기 어렵다. 생전 녹음을 깨끗하게 복원해 가족이 듣는 것보다 AI로 광고 문구와 새로운 대사를 만드는 순간 훨씬 많은 권리와 책임이 따라온다. 명확한 생전 동의가 없다면 먼저 짧은 비공개 기록물로 범위를 좁히고, 실제 목소리처럼 오해될 공개 콘텐츠는 만들지 않는 쪽이 고인의 말이 지녔던 의미를 지키는 판단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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