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 사람의 SNS 계정을 지울 수 있죠?” 언뜻 가볍게 들릴 수 있는 이 질문은, 어느 장례식장에서 실제로 오간 대화다. 현대 사회는 사람의 죽음이 온라인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점점 더 자주 마주한다. 메신저에 남겨진 마지막 대화, 로그아웃되지 않은 유튜브 채널, 갑자기 추천되는 고인의 사진. 이러한 디지털 흔적은 누군가의 관리 없이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 이 일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 디지털 장의사. 그들은 고인의 온라인 존재를 정리하고, 디지털 유산을 처리하며, 유족의 감정까지 다루는 새로운 전문가다. 단순한 기술직도, 단순한 정리자가 아니다. 이들은 디지털 죽음을 '설계'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장의사가 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필수 역량: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
디지털 장의사가 되기 위한 첫걸음은 ‘디지털 유산’이라는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이는 고인의 온라인 계정, 이메일, 클라우드 문서, 암호화폐 지갑, 개인 서버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다. 따라서 해당 직업은 기술적 역량이 기본이다. 정보보안, 데이터 복구, 인증 기술, 플랫폼 API 활용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동시에, 법적 지식도 필요하다. 특히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 저작권법 등과 관련된 지식은 업무 수행 시 중요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기술과 법만으로는 부족하다. 디지털 장의사는 유족과 소통하고, 고인의 생애를 존중하며, 때로는 생전 유언을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일을 맡는다. 그렇기에 인문학적 감수성, 상담 능력, 윤리적 판단력 역시 필수다. 이 직업은 기술과 사람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복합적 전문성 위에 세워져 있다.
실질적인 준비 과정: 어디서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공식적인 ‘디지털 장의사’ 자격증은 아직 대부분의 국가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관련 분야의 자격과 과정을 획득하는 방식을 통해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업 전선에 진입할 수 있다. 디지털 공간 안에 남아있는 정보를 찾아내고 삭제하는 작업들을 해야하기 때문에 국내의 경우 정보보안기사, 개인정보관리사(PIMS), 디지털포렌식 전문가 등의 자격이 기반이 될 수 있다.
또한,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함께 갖춘다면, 물리적·디지털 장례의 통합 업무가 가능하다. 관련 학과로는 정보보호학과, 디지털콘텐츠학과, 법학과, 심리상담학과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일부 민간교육기관과 스타트업에서 ‘디지털 유산 관리’나 ‘사후 데이터 정리’ 관련 단기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해외 강의도 많아, Coursera나 edX에서 디지털 애프터라이프 관리, 정보보호, 데이터 윤리 등의 수업을 듣는 것도 추천된다. 다만 단순한 과정을 수료하는 것보다는 포트폴리오를 갖춘 실무 능력이 중요하다.
업계 진입: 어디에서 일할 수 있을까?
현재 디지털 장의사는 스타트업, 법률회사, 장례 서비스 기업, 데이터보안 전문업체, 디지털 유산 관리 플랫폼 등 다양한 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보험사, IT 대기업이 이 분야에 진입하며 채용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다. 초기에는 프리랜서로 경험을 쌓아 소규모 유족 의뢰를 처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지만 경력이 쌓이면 관련 플랫폼에 입사하거나, 독립적으로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디지털 장의사의 업무는 고인의 계정 정리뿐 아니라 AI 유언장 생성, 메타버스 추모 공간 구축, 블록체인 기반 사후 인증 관리까지 담당하는 일의 범위는 계속 확장되고 있다. 해당 일은 일반 고객이 아닌 유족과의 계약을 맺고 처리하는 과정이므로 고객과의 신뢰가 중요하다. 따라서 실제 사례 중심으로 경험을 축적하고, 포트폴리오와 추천 사례를 꾸준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 정형화된 채용 루트가 없기 때문에, 꾸준한 네트워크 구축과 홍보도 병행되어야 한다.
변화하는 교육 환경과 디지털 장의사의 제도화 가능성
디지털 장의사가 정식 직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교육 체계의 변화도 병행되어야 한다. 현재는 정보보호나 법률, 심리 등 관련 학문이 분산된 형태로 존재하지만, 앞으로는 이를 통합한 ‘디지털 사후관리학’ 혹은 ‘디지털 종결학’과 같은 학제간 커리큘럼이 대학이나 전문기관에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 이는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죽음을 다루는 데 필요한 철학적 사고, 윤리적 기준, 그리고 감정노동 관리 능력까지 아우르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특히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생전에 스스로 디지털 자산을 정리하고자 하는 ‘생전 계약 서비스’가 확산되면, 이 분야 전문가의 수요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표준 지침을 제정하고 공인 자격 제도를 운영하게 될 가능성도 높으며, 이는 직업의 신뢰도를 더욱 끌어올릴 것이다. 결국 디지털 장의사는 단순한 신직업이 아니라, 현대 사회의 구조와 감정을 반영한 ‘필수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디지털 장의사의 미래, 그리고 준비하는 당신에게
아직은 흔하지 않지만 분명 수요가 있고 반드시 필요한 직업이 될 것으로 보여지는 디지털 장의사는 단순히 고인의 데이터를 정리하는 기술자가 아니다. 이들은 고인의 삶을 마지막까지 존중하고, 유족이 슬픔을 정리할 수 있도록 기술을 활용하는 감정노동자이자 윤리적 조력자다. 앞으로 법적 기준과 인증 제도가 정비되면, 공공기관이나 대형 플랫폼에서도 공식 디지털 장의사 등록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 당신이 이 직업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면, 기술·법률·심리 세 가지 분야를 모두 고려한 공부가 필요하다. 디지털 장의사는 아직 시작 단계에 있는 신직업이다. 그렇기에 더 많은 이들이 이 분야에 진입하고, 그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사람의 죽음을, 기술로 존엄하게 마무리하는 일. 그것이 당신이 디지털 장의사가 되려는 이유라면, 준비는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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