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육

대체육으로 만들어본 제육볶음·김밥·소시지전: 요리 실험기

scino 2025. 6. 24. 09:32

채식을 시작한 지 어느덧 1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계란도 먹고 유제품도 먹는 ‘락토오보’ 수준이었지만, 점차 환경과 건강 문제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면서 식물성 식단으로 점점 옮겨가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가장 고민이 많았던 부분은 바로 "익숙한 한식 요리를 포기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었다. 특히 제육볶음이나 김밥 같은 음식은 나에게도, 가족에게도 너무 익숙하고 편한 식사였기에 대체육으로 이를 구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최근 국내 대체육 브랜드들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면서, 조리 전 식감과 풍미가 기존 고기와 비슷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직접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대체육 제품을 활용해 세 가지 한식 요리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바로 제육볶음, 김밥, 소시지전. 고기나 가공육이 중심이 되는 대표적인 한식들이지만, 이번엔 100% 식물성 재료로만 조리했다. 그리고 결과는 꽤 놀라웠다.

 

 제육볶음: 베지가든 직화불고기로 만든 ‘채육볶음’

제육볶음은 한국 가정식의 상징 같은 메뉴다. 매콤한 고추장 양념, 달콤한 양파, 쫄깃한 돼지고기 식감이 잘 어우러져야 제대로 된 맛이 난다. 이번에 사용한 대체육은 농심 베지가든 직화불고기 제품이다. 원래는 불고기용으로 나온 제품이지만, 질감이 충분히 쫄깃하고 양념이 강하지 않아 응용이 쉬웠다.

먼저 팬에 기름을 두르고, 대체육을 해동한 뒤 채썬 양파, 대파, 고추와 함께 볶아준다. 고추장, 간장, 다진 마늘, 올리고당을 넣어 전형적인 제육 양념을 추가했는데, 양념이 잘 스며들면서도 대체육 특유의 비린 향 없이 깔끔하게 조리되었다. 놀랍게도 식감은 일반 돼지고기보다는 다소 가볍지만, 충분히 고기 먹는 느낌을 줄 수 있었다.

가족들에게는 미리 말하지 않고 “채육볶음”을 점심 반찬으로 냈다. 남편은 먹으면서 “고기 질이 좀 부드럽네?”라고 했고, 초등학생 딸은 “예전보다 덜 느끼해서 좋다”고 했다. 정체를 밝히자 놀라면서도 “다음에도 이거 해줘”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확실히 베지가든의 쫄깃한 조직감과 담백한 베이스가 한식 양념과 잘 어울린다는 걸 느꼈다.

 김밥: 잇미트 너비아니로 만든 ‘채식 너비아니 김밥’

대체육으로 만든 김밥 요리

김밥은 다양한 재료를 활용할 수 있어 채식 버전도 만들기 쉬운 음식이지만, 고기류 없이 풍미를 채우기가 꽤 어렵다. 그래서 이번엔 대체육 브랜드 중 가장 ‘한식 친화적’이라고 알려진 지구인컴퍼니의 잇미트 너비아니 패티를 사용해봤다.

잇미트 제품은 패티 상태로 냉동 보관되며, 해동 후 프라이팬에 굽기만 하면 된다. 적당히 구워낸 뒤 잘게 썰어 김밥 속 재료로 넣었고, 함께 넣은 재료는 달걀 대신 구운 두부, 시금치, 단무지, 오이채, 당근볶음이다. 김 위에 밥을 펼치고 재료를 차곡차곡 올린 뒤 돌돌 말았는데, 잇미트의 단짠한 맛이 다른 채소들과 조화를 이루며 꽤 만족스러운 풍미를 냈다.

특히 놀라웠던 것은 식은 후에도 고소함과 풍미가 살아 있다는 점이었다. 일반 고기는 시간이 지나면 잡내나 비린 맛이 돌 수 있는데, 잇미트는 시간이 지나도 그 문제가 없었다. 도시락으로 싸서 회사에 가져가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맛을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식 김밥류에서 대체육이 충분히 주연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소시지전: 엔네이처 제로미트로 만든 ‘소이 소시지 부침’

소시지전은 명절 음식이나 간단한 반찬으로 자주 올라오는 메뉴다. 전통적으로는 햄이나 비엔나소시지를 사용하지만, 비건 식단에선 인공향료와 돼지기름이 문제가 된다. 그래서 이번엔 롯데푸드의 엔네이처 제로미트 후랑크를 사용해봤다.

제로미트 소시지는 실제 고기 소시지와 매우 유사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칼로 잘 썰린 후 밀가루와 부침가루를 입히고, 부침용 팬에 구웠다. 익는 과정에서 기름이 과하게 튀지 않고, 고소한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일반 소시지에 비해 덜 짜고, 인공 조미료 맛이 강하지 않아 담백한 전 요리로 어울렸다.

소이 소시지전은 아이들의 간식이나 간단한 반찬으로도 훌륭하다. 마늘 간장 소스와 함께 내면 풍미가 더 살아난다. 다만 완전한 비건 기준으로 볼 땐 엔네이처 제품의 향료 성분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는 있다. 비건 인증은 아니지만, 플렉시테리언이나 저육식 식단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겐 훌륭한 대안이다.

대체육, 이제는 '맛'으로도 선택할 수 있다.

이번 요리 실험은 단순한 흥미를 넘어서, 대체육이 한식 요리에 얼마나 잘 어울릴 수 있는지를 직접 확인한 경험이었다. 베지가든은 양념을 덧입혀 볶는 요리에 잘 맞았고, 잇미트는 단맛과 짠맛의 균형이 좋아 김밥류에 최적이었다. 엔네이처는 식감과 외형이 고기 소시지와 유사해 부침 요리에 활용도가 높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가족 모두가 큰 이질감 없이 맛있게 먹었다는 사실이다. 정체를 밝히기 전까지 누구도 “이건 고기가 아니야”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고, 오히려 일부는 “이게 더 부담 없이 먹힌다”고 했다. 식물성 식단이 더 이상 극단적인 선택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그 안에서도 ‘맛있다’는 감정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나는 다양한 대체육 요리를 시도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그것이 단지 개인의 식습관 변화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사람이 ‘맛있고 지속 가능한 식문화’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